라원이 만난 묵티는 – 히말라야산맥만큼 험난한 네팔 현대사 속에서 왕정이 무너지던 시기 민주화 운동 중 사망했다. 네팔은 지정학적으로 히말라야산맥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중국과 인도, 방글라데시에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부처가 탄생한 나라이지만, 인구의 약 90%는 힌두교도이고 불교 신자는 5%다. 국민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과 재외국민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국가의 주 수입원인데, 여전히 UN의 ‘최빈 개발 국가(Least Developed Countries, LDCs)’ 중 하나다. 네팔의 최신 공식 인구조사(2021년 기준)에 따르면, 네팔에는 크셰트리(Kshetri, 약 16.45%), 브라만-힐(Brahman-Hill, 약 11.29%), 마가르(Magar, 약 6.9%), 타루(Tharu, 약 6.2%), 탐앙(Tamang, 약 5.62%) 등 총 142개의 인종(카스트/민족) 집단이 있고, 전체 인구의 약 44.86%가 사용하는 네팔어(Nepali) 이외에 마이틸리(Maithili), 보즈푸리(Bhojpuri), 타루(Tharu), 탐앙(Tamang) 등 124개 언어가 존재하는 다양성의 국가로 사회통합을 이루어 내기 쉽지 않은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히말라야산맥만큼 복잡한 나라, 네팔의 근.현대사 또한 만만치 않게 험난하다.
네팔은 21세기에 238년간 이어져 오던 군주제를 폐지하고 왕정국가에서 민주공화국으로 이행한 나라다. 즉 네팔의 근현대사는 권위주의적 통치로부터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지속적인 고군분투의 과정이었다. 1951년 이전 네팔은 라나(Rana) 가문이 세습적으로 권력을 독점하며 왕보다 총리가 더 큰 권위를 행사하는 체제였다. 그러나 1951년 민주화 운동으로 라나 정권이 붕괴되고 의회 민주주의가 수립되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싹은 오래가지 못하고 1961년 마헨드라 왕이 정당을 금지하고 판차야트(Panchayat)라 불리는 중앙집권적 비정당 체제를 도입하면서 다시 권위주의가 강화되었다.
이 억압적 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1990년 ‘인민운동(Jana Andolan I)’으로 폭발했다. 이 운동을 통해 판차야트 체제가 무너지고 다당제 민주주의가 복원되었으나,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1996년에는 네팔 공산당(마오주의)이 왕정과 기존 정치 구조를 전복하기 위한 무장 투쟁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약 17,000명이 사망한 10년간의 내전이 이어졌다. 이 네팔 내전 기간 동안 정부군과 반군 양측은 민간인에 대해 불법 살해, 고문, 납치, 그리고 어린이 군사 이용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자행했으며, 이러한 범죄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06년 ‘제2차 인민운동(Jana Andolan II)’은 군주제의 종식을 이끌었다. 국민의 거센 저항 속에 갸넨드라 왕은 권력을 내려놓았고, 2008년 네팔은 공식적으로 연방 민주 공화국을 선포했다. 이후 2015년에는 새 헌법이 제정되어 새로운 정치 체제가 확립되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제도적 틀은 마련되었음에도, 부패와 정치적 분열, 청년 실업, 경제 불안정은 여전히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 막아왔다. 2008년 군주제가 폐지되고 민주 공화제로 전환된 이후 지난 17년 동안 14개의 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여전히 빈번한 정치적 혼란에 직면해 왔다. 이 기간 동안 네팔의회당, 통합 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NCP-UML), 네팔공산당 마오이스트(NCP-MC), 이 3개 정당이 독점적으로 번갈아 17년간 집권하거나 연립 정부를 구성해 오면서, 지속적인 정치 불안정과 권력 투쟁, 민주적 절차 미흡과 협력 부족으로 인한 입법 및 정책 추진의 지연 등 뿌리 깊은 권력층의 부패와 경제 불평등을 낳아왔다.
결국 최근 이에 분노한 네팔 Z세대를 주축으로 촉발된 네팔혁명은 네팔의 민주화 과정이 현재진행형임을 시사한다.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사당 등이 불에 탔고, 2015년부터 권력을 장기간 행사해 온 샤르마 올리(KP Sharma Oli) 총리가 축출된 뒤 지난 9월 12일 73세의 수실라 카르키(Sushila Karki)가 네팔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면서 일단락되었다.
이 시위의 도화선은 정부의 'SNS 차단'과 #NepoKids로 공무원들과 정치인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폭로하는 게시물들이 #NepoKids(네포키즈)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빠르게 확산되자, 정부가 26개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접속을 차단하면서 시작되었지만, 네팔혁명의 근본 원인은 역사적으로 깊게 누적된 국민들의 정치·경제적인 불만과 분노에 기인한다. 2025년 청년 주도의 민주주의 운동으로 시작된 네팔 정치 지형의 변화는 네팔의 험난한 현대사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Nepal's history of political instability
https://www.theweek.in/wire-updates/international/2025/09/19/fgn34-nepal-decade-of-democracy.html?utm_source=chatgpt.com
[Nepal- Killing with impunity](Amnesty International Public, 2005.1).pdf